나 혼자 설레발/시, 소설 & 수필

커피와 여자의 향기

주주아찌 2025. 3. 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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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여 4층을 돌아 나올 무렵 코 속의 점막을 파고드는 그윽한 커피 향내가 나를 유혹했다.

전일 누군가 내려 먹으면서 노동을 응원하던 그 커피 향이다.

나의 사무실로 돌아와 세 모금 쯤 마셨을 무렵 마침내 쓰디 쓴 원두커피의 맛들이 내 위장을 휘둘러 놓기 시작한다. 고도로 경사진 비탈길에서 뜨거운 태양과 바람에 몸을 시달리다가, 급기야는 인간에 의해 뜨거운 불 판 위에서 녹아 내리듯 볶아진 그 여리디 여린 한 알의 씨앗이 담아온 역경의 쓴맛이다.

내 덜 익은 위장은 아직 농 익어 쓴 커피의 맛을 받기에는 힘에 겨운가 보다. 혓바닥 속 미뢰와 연결된 대뇌의 피질 세포가 즉시 이별을 통보하였을 때 나는 뜨거운 모닝커피와 차가운 이별을 하였다.

 

뜨거운 이별 뒤에 올려다 본 하늘에는 발가벗겨 홀로 남겨진 노년의 삶이 있다.

이 또한 쓴 이별의 맛이다, 오늘 아침 모닝 원두커피는 나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던 것이다.

태초에 무극이 있었고, 무극에서 양과 음이 동하였다. 양과 음은 서로 상충 상극 하면서 하늘아래 천..인과 만물을 이루었다.

그래서, 인간에게도 암컷과 수컷이 존재하게 되었으니, 암 수가 서로를 욕망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였다.

나는 후각이 예민한 편이다.

출근 할 때 가끔 젊은 여자들로부터 애액의 냄새를 느끼곤 했었다.

겨울에는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고, 속옷도 겹겹이 입어 덜 했지만, 여름에는 더 많이 맡을 수 있었다. 독한 화장품과 향수, 남자들의 퀴퀴한 땀냄새를 뚫고서 포말처럼 내 점막을 자극하곤 하였다. 그것이 외설적인 욕망의 향 이었다면, 희미한 라일락 꽃 향기처럼 느껴지던 유선의 향은 포근한 어머니의 젖가슴을 연상시켜 주었다.

이렇게 나는 욕망의 향과 라일락의 향을 타고 사무실에 출근하곤 하였다.

 

커피와의 쓴 이별처럼, 초로의 나는 차가운 이별 속에 살 고 있다.

같은 언어, 같은 생각을 하는 듯 하면서도 서로는 100% 신뢰 하는데 실패 하였던 것이다.

, 우리는 실패하는 결혼 생활을 주변에서 자주 보는 것일까?

사랑하는 것도, 신뢰 하는 것도,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도 모두 감정의 작용이 먼저다.

그런데, 결혼은 두 사람 사이의 법률관계다. 정서적 관계가 법률로 계약관계로 진화 된 것이다.

인간의 정서를 법률로 제약하니 이 세상에 불협화음이 난무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서적 인간들은 둘러 처진 법률(사회)의 울타리를 벗어나고자 지속적으로 시도 한다.

원시로 돌아 가려는 자, 그래서 자연에 산다라는 프로에 사람들은 대리 만족을 느끼면서 문명사회에 살아 간다.

때로는 탈출 하려는 자와, 탈출을 방해 하려는 자들이 칼자루에 법이라고 써 놓고 서로를 찔러댄다.

그러나, 결코 죽지는 않는다, 그래서 여기는 문명이 꽃피는 사회다.

 

           커피의 매혹하는 향이 혓바닥의 배반으로 한 순간에 수채구멍으로 버려지듯, 그녀와의 감각적인 사랑도 현실에 부딪혔을 때 유리처럼 파편 되어 우리에게 박힌다.

아버지 옆구리의 납탄이 살 가죽에 싸여 몸과 일체가 되엇듯이, 유리 파편도 그 상처도 미래의 어느 날 나의 일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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