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 혼자 설레발

의식의 투영

주주아찌 2023. 1. 15. 07:24
728x90

의식의 투영

“Projection of Consciousness”

2023 1 5일 하려던 수영강습을 취소하고, 기사시험을 보기로 하였다. 37년전 이맘때 내가 듣고 있었던 그것들을 다시 들을 생각이다.

37년전 내가 “Nothing” 이라고 생각 했던 모든 것들은 이제 내게 엄청난 산으로 다가온다.

진정 이 세상에서 “Nothing”으로 버려진 것은 나 임을  느낀다.

왜 나는 극히 내면에 관한 이 글을 공개된 블로그에 남기려 하는가?

원래 성격상 나는 완벽 주의자다, 항상 메모하였고 1년이 지나면 다이어리 페이지는 작은 글씨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그러나, 사색 이었을 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

치열한 계획과 준비의 연속인 나날이었다.

실로 열렬히 살아온 20대였지만 얘기할 만한 추억은 별로 없는 것이다.

20대에 해외 여행을 하면서 유튜브로 개인사업가로 성공하는 젊은 세대들을 보면 한편 자랑스럽고 부럽다.

그렇다, 본론을 얘기하자.

혼자로도 충분한 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세상에 내 놓는 이유는 세상은 전지 전능한 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발설 하든 안 하든 이미 세상은 알고 있다. 단지 난 내 눈을 가린 채 남들은 어제 내가 했던 일들을 모를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하면서 뻔뻔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내 입으로 말하고 당당하게 세상과 겨루는 것이 늦었지만 바른 선택이라고 믿기에 이 글을 써 본다.

 

별거 5년차.

남들은 외롭다고 하지만, 나는 내면의 세계로 더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있어서 좋다.

아마, 상대도 그러할 것이다.

37년전 나의 괘적들을 둘러 보기 전 까지는, 나는 나의 과거를 소유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강의를 들어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에 부식되어 가는 것은 바위만이 아니었다.

나의 기억도 부식되어 가고, 단지 나는 안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2 27일 까지 50여일이다.  얼마 남지 않은 수험기간, 2주째 강의를 들으면서 본격적인 수험 준비를 하고 있다.

느껴지는 내면의 혼란과 불안. 시간이 얼마 없어서 잘 안될 것 같다는 불안 때문에 뒤로 도망 치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100% 환불기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 진다.

과거의 내 사고 방식의 변화를 요구 하는 상황이다. 완벽하게 논리적이지 않으면 받아 들이기 거부하던 나의 뇌를 설득 하거나 강제 하여야 한다.

필요에 의해 나는 그렇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 하였다.

고등학교 시절 난 수학점수가 별로 좋지 않았다.

이유는 요령이 없었다.

수학과 물리는 암기 과목이 아니라 이해 과목이라고 생각 하 나머지 문제풀이 마다 전부 공식을 유도해서 답을 내려고 했다.

당연히 시간이 모자를 수 밖에 없었다.

본고사가 있었다면, 유리 했겠지만 어쨌든 그런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다.

수학이 암기과목인 것을 안 것 은 내가 최근 20여년간 수학강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 뒤에 깨닫게 되었다.

일반 물리학에서 좋은 학점을 받은 이유는 아마도 시험 자체가 많아야 5문제이고 설명하거나 증명하라는 문제여서 내가 사물을 받아 들이는 방식과 맞았던 탓이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전 까진 왜 일반물리학이 A+ 이었는지 심각히 고려해 보지 못했다.

어쨌든, 소방전기학 강의를 들으면서, 전자기학부터 자동제어 심지어 디지털 논리까지 거의 대학 전공 3년 동안 배웠던 것들을 다시 듣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들으면서, 내가 진정 내 전공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무거운 쇳덩이를 연상시키는 기계보다는 낳지만 공학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과목이 아니다. 단지 취업이 잘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것 보다는 내 성향에 맞기에 선택한 결과였다.

물론 재주가 남 달랐던 나는 내 전공을 살리지 않고 밖으로 떠돌다가, 대안 없는 인생이 되어 버린다.

점심 식사 후 졸리 운 뇌를 가지고 비몽사몽 억지로 앉아 듣던 자동제어는 몰라서 나의 흥미와 도전의식을 고취해주던 양자역학보다도 더 재미 없고 따분한 강의였다.

라플라스 변환 테브난의 정리 그리고 이런 것들을 해결하려던 미분방정식들.

20대적 나는 너무 혈기 왕성하여 숲을 보지 못했다. 대책 없이 헤메이었지만 진정 목적지 없던 방황이고 허례와 사치의 광기였음을 오늘 다시 들어 보니 알겠다.

그리고 사물의 인지는 논리와 합리성을 선행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수십년의 인생을 살아보니 알겠다. 학문도 그러했다. 논리로 받아 들이지 말고 인문학적인 이해와 존재이유를 미리 파악하고 접근 했더라면 잘 이해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느끼는 것은 37년뒤에 재회를 통해서다.

중년이 넘어서 별거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꽤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 된다.

만남이 있었고, 둘 사이에는 공통되지만 심원을 향한 갈망이 있었다.

그 강을 건너야 하지만 결코 도움 받을 수 없는 도강의 과정은 오로지 혼자의 힘 만으로 건너야 하기에 카르마는 지금의 현상을 실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실로 실험실에 피어나는 PCB 기판의 쩔은 기름내 비슷한 플라스틱 냄새와 납연 냄새, 그것보다는 알코올 냄새에 가려진 피의 냄새가 좋았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난 그 피가 주는 강렬한 빨간 색과 비릿한 냄새 속에서 미친듯이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더럽게 운이 없는 나는 이렇게 살고 있고. 아직도 남은 수십 년의 여명을 관리할 책임도 나에게 있다.

 

조금 전 낮에는 박00로부터 전화가 왔다.

00 선생이 혈액암으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고 한다.

아직 68세밖에 안되었는데 안된 일이다.

90세까지 여자친구와 즐겁게 놀러 다니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삶이란 참으로 아리송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몸이든 정신이든 건강하게 살아 보자고 다시 다짐 해 본다.

 

 

728x90

'나 혼자 설레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경 빈출 명사 100  (0) 2023.03.13
한반도 안보와 세계 공급망 시장  (0) 2023.03.07
chatGPT와의 대화  (0) 2023.01.04
한 시간을 두 시간으로 바꾸는 법  (0) 2022.12.25
독립 출판 하는 법  (0) 2022.12.17